![]() 때로 그런 날 있지. 나뭇잎이 흔들리고 눈 속으로 단풍잎이 우수수 쏟아져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날 말이지. 은행나무 아래 서서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물들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카락 생각 없이 바라보며 꽁무니에 매달려 바람처럼 사라지는 폭주족의 소음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런 날 말이지. 신발을 벗어들고 모래알 털어내며 두고 온 바다를 편지처럼 다시 읽는 지나간 여름 같은 그런 날 말이지. 쌓이는 은행잎 위로 또 은행잎 쌓이고 이제는 다 잊었다 생각하던 상처니 눈물이니 그런 것들이 종이 위로 번져가는 물방울처럼 소리 없이 밀고 오는 그런 날 말이지. < 편지 쓰고 싶은 날 > / 김재진 So many things · Jan Wern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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