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무도 오래 낮은 것만을 노래하였다 어쩔 수 없는 키를 강제로, 혹은 자진하여 낮춰 제 발등만 내려보거나 한번 쓰러져 영영 일어설 줄 모르는 상심한 추억만을 전부로 알고 살아왔다 허나 불가피한 선택의 나날들이었다 누구도 예외 없이 고개 수그려 합장하며 통과할 수 밖에 없었던 세월의 빗장 때문이었다 그러니 우선 마음내키는 대로 가보련다 머나먼 하교길에 들어선 아이들처럼 느릿느릿 황혼녘의 들판길을 가로질러보고 더러 하늘 깊숙이 둥실 떠가는 뭉게구름을 길동무삼아 해찰을 부리기도 하며 몹쓸 기억의 숙영지로부터 벗어나야겠다 눈비에 젖어 무거운 검은 외투만을 고집하며 몸부림칠수록 빠져드는 수렁만 찾아다녔으니 그저 무심히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둥글게 공기속으로 퍼져오는 향기뿐인 수수꽃다리의 향연도 편하게 맞이해야겠다 서로가 원치 않았던 밀애의 시간들, 그럼에도 정들어 쉬 뿌리칠 수 없는 독한 악연의 손길에 붙잡혀 이리저리 떠돌았거니 이제 바로 그 밑 모를 바닥에서 솟아오른 지상의 모든 것들을 찬양해야겠다 눈 들어 잠시 쉬어갈 때만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새들도 관대하게 지켜봐야겠다 여태 내부 수리중인 짓눌린 심연의 회랑일랑 차라리 쾅쾅 못박아 아예 닫아버리고 오직 꿈꾸는 일만을 반복하는 점성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전의 한 물고기좌 소년으로 돌아가야겠다 행여 남이 볼까 두려울세라 불 안 켜진 음습한 마음의 골목길만 그토록 헤매었으니 그래야만 늘 행복하던 자들과 어개를 나란히하여 앞서간 연대와 겨우 동행하려니 < 노래하는 나무 - 心經 26 > / 임동확 ... 藝盤예반 *.* First of May / Bee Ge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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