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고 있는 조개는 껍질뿐인 빈 집입니다.
한때는 달팽이 모양의  쇠고둥이 살던 집이었고, 그 첫번 주인이 죽은 뒤로는
잠깐 소라게가 그 집을  차지하고 살았으나 그녀석마저 가냘픈 포도덩굴 같은 자국을 모래사장에다 남기고
달아나 버려 결국은 나한테 이 껍데기를 남겨주었읍니다.
한때는  그래도 그 소라게란 녀석을 지켜 주었는데.  나는 손에 든 소라 껍데기를  돌려가며
녀석이 빠져나간 활짝 열린 출입구를 유심히 들여다 봅니다.  이 집이  그만 귀찮아져서 였을까?
녀석은 왜 달아나 버렸을까?  더 좋은 집, 더 훌륭한  생활양식을 바랐던 것일까?
하기야 나 역시 이 두세 주(週)의 휴가를 위해  도망을 치고,
그리하여 내 생활의 패각(貝恪)을 빠져나온 것이 아닌가.
   나의 소라 껍질이 이렇게 생겨먹은 것은 아니리라.  얼마나 너절한 모양이  되어 버렸는가!

이끼로 더렵혀지고 따깨비조개로 마디가 불거져 더 이상 그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정말이지, 한때는 뚜렷한 모습을 갖고  있었던 조개였습니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그때의 모습이 살아 있습니다.

내 인생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린드버그>

                                                     ...藝盤예반 *.* 



꽃신속의 바다-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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