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보낸 봉인된 엽서들을 손에 쥐고 흔드는 저 나무의 애틋한 눈길은 천상의 우체부를 닮았다 지난 겨우내 썼다 지우고 지웠다 다시 쓴 생명의 시간, 나무는 수도 없이 잎들을 땅에 떨구며 자신을 버리고 한번 버렸던 잎들을 봄마다 다시 주워들어 지나는 이들에게 애타게 손을 흔드는 것이다 그럴 때 세상은 볕에 물들고 빈 나무의 풍요한 밀교를 기억한다 길을 가다가 살펴보면 나무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있다 미처 건네 주지 못한 숱한 사연과 온기들을 둥근 나이테 사이에 두툼하게 끼워 두고 새파란 우체통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다 자물쇠 없는 우체통에서 오래 잠들었던 내 사랑을 흔들어 깨울 때, 몸에서는 짙푸른 잎사귀가 돋아나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다가가 불쑥, 초록 손을 내밀어보는 것이다 < 나무의 밀교 > / 권영준 ... 藝盤예반 *.* Bread - Di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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