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몽상가인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게으름을 얻었다.
취직하지 않아도 아무도 욕할 수가 없었다.
그는 몽상가이기 때문이다.
몽상가인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강을 잃었다.
하루 종일 누워 천장의 형광등 불빛 속에 게으름의 손을
내리고 추억을 집어올렸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죽었다.

2
몽상가인 그는 많을 것을 얻었다.
몽상가인 그는 또한 많은 것을 잃었다.
취직하지 않아도 욕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몽상가였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일하지 않았으므로 자꾸 집을 옮겨야 했다.
다리 뻗을 만큼 그가 누울 자리에 누워 있을 만한 방도
이 세상엔 자꾸만 적어져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옮긴 집은
다리 뻗을 수조차 없을 만큼 작았지만 몽상 속에서 최후로 완성될 집은
세상을 손님으로 받아들일 만큼 컸다.
그 커져가는 집을 품고 있는 그의 거처는 아주 작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
그가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다.

3
몽상가가 죽었다.
죽은 몽상가는 땅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집주인이 밀린 방세 대신 해부용으로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해부가 시작되었다. 어린 학생들이 노련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생선을 가르듯. 날은 흐리고
날씨는 무더운 그날. 밀폐된 창으론 차가운 땀이 맺혔다.
잠시 후 그들은 보게 될 거다. 그의 흉곽을 절개할 때
얼마나 많은 새들이 가슴에 통통하게 살이 쪄 가슴속에서
깃을 치며 일시에 날아올라 창문이란 창문에 머리를 박살내고
죽어가는가를. 얼마나 많은 나무가, 꽃들이 일시에 썩어가는가를.
또한 얼마나 많은 집들이 집을 품고 있는가를.
집들은 허물어져 석회 벽에 얼마나 이끼가 자라 있는가를.
어쩌면 그가 생전에 그토록 좋아했던 패랭이꽃 한 송이쯤
그의 흉곽에 꽂혀 있겠다.
그러나 그의 흉곽이 유리병에 담겨지는지 어쩐지 알도리가 없다.

4
그는 항상 누워 몽상했지만 이번은 특히 다리 저리더라도
누워 몽상해야 안전한 것이었다.
흉곽 속에서 그 집은 그의 모든 몽상에게 세줄 만큼 커가고 있었으므로
그 집에 비하면 그의 거처는 정원에 핀 꽃의 줄기에 난 솜털처럼
작은 것이었으므로, 그런데 그가 일어났다.
다리가 저려서 일어난 건지 다리 뻗을 수 없는 방이 자신의
몽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느껴서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엄청난 집을 품고 있던 그가
일어나버렸다. 순간 그는 아주 사소한 실수로 지금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을,
처음으로 현실로 돌아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엄청나게 커가는 집이 함께 일어났기 때문에
그 좁은 집의 천장이 그 충격을 못 이기고 그를 덮치고난 후였다.
집주인이 수리비까지 포함해서 이 몽상가를 팔아먹은 건지
어쩐지 말이 많았지만,
해부가 끝났을 때 그런 집의 흔적은 흉곽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현실에 드러난 몽상은 햇빛이 들어간 필름처럼 금방 터버리기 때문이다.

            < 몽상가 > / 박형준



      
                                        ... 藝盤예반 *.*
 


 
Ozzy Osbourne - Dreame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