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어 버릴까. 아니면 이 불행한 삶을 계속해야 하나 해질 무렵이면 언제나 화두처럼 떠오르는 이 질문을 가슴에 안고 아가를 업은 나는 골목을 서성인다. 이혼할까, 아니면 이 우울한 결혼을 계속할 것인가, 가령 이 질문은 언제나 그 질문과 같아서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롯데백화점 앞 네거리 스타트라인 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져 버린 중고차처럼 사방에서 경음기소리가 들려오는데 혼자서 울고만 싶은 백치성이 있다. 절망 때문에 결혼을 하여 그 절망을 두 배로 만들고 허무 때문에 자식을 낳아 그 허무를 두 배로 만들었으니 자꾸만 약효가 안 듣는 약을 자가처방하고 있는 너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해질무렵이면 약방의 진열대 뒤에 서서 자꾸만 이름모를 약을 조제하고 있는 하얀 슬픔의 가운을 걸친 너를. 약효를 남 먼저 시험해 보느라고 두눈을 감고 자꾸만 쓰디쓴 약을 삼켜 보고 있는 너를. 아가를 업고 서성이는 골목길 안에서 나는 너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네가 만든 영화 속에 나는 몹시 아픈 환자의 역할을 맡은 약물시음용 배우인 것만 같다. < 제목 없는 사랑 > / 김승희 ![]()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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