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가고 사월은 돌아와 있어도
모두다 남들은 소위 대학교수가 되어 꼬까옷에
과자 부스레기를 사들고 모두 다
자랑 많은 나라에 태어나서
산으로 바다로 금의환향을 하는데
걸레 쪼각 같은 얼굴이나마 갖추고 돌아가야 하는
고향도 집도 방향도 없이
오늘도 남대문 막바지에서
또다시 바지저고리가 되어보는 것은
배가 아픈 까닭이 아니라 또다시
봄은 돌아와 꽃은 피어도
뒤 받쳐주는 힘 없고
딱지 없고 주변머리가 없기 때문에
소위 대학교수도 꼬까옷도
과자 부스레기 하나 몸에 지니지 못하고
쓸개빠진 사나이들 틈에 끼어
간간이 마른 손이나마 설레설레 흔들며
떠나보내야 하는
남대문 막바지에서
우리 모두 다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 모두 다 밑천을 털고 보면 다 똑같은
책상물림이올시다
삼월은 가고 사월은 돌아와 있어도
봄을 싣고 산으로 바다로
아스라히 멀어만 가는 기적소리
못다 울 설움에 목이 메인 기적소리를
뒤로 힘없이
맥없이 내딛힌 발끝에 채이는 것은
어머니 돈도 명예도
지위도 권세도 자유도 아무것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닌 돌멩이뿐이올시다

            < 봄 소동(騷動) > / 전영경

        

                                                                                                    ... 藝盤예반 *.*




봄바람 따라 간 여인 -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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