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벽제, 목욕탕과 공장 굴뚝. 시외 버스 정류장 앞, 중학생과 아이 업은 여자. 벽제, 가보진 않았지만 훤히 아는 곳. 우리 아버지 하루 종일 사무를 보는 곳. 벽제, 외무부에 다니던 내 친구 일찍 죽어 그곳에 갔을 때 다른 친구 하나는 화장장 사무장. 모두 깜짝 놀랐더라는 뒷얘기. 내가 첫 휴가 나왔을 때 학교에서 만난 그 녀석. 몰라보게 키가 크고 살이 붙어 물어 봤더니 <글쎄, 몸이 자꾸 좋아지는구나>하던 그 녀석. 무던히 꼿꼿해 시험 보면 면접에서 떨어지곤 하던 녀석. 큰누님은 시집 가고 어린 동생들, 흔들리던 살림에도 공부 잘 하다가, 신장염. 그날, 비 오던 날 친구들 모여 한줌한줌 뼈를 뿌릴 때 <진달래 꽃 옆에 뿌려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친구들, 흙이 되기 전에 또 비 맞는 그 녀석 생각하고, 울음 소리...... 벽제. 오늘 아침 우리집 집수리 하는 사내. 우리 아버지 벽제 피혁공장에 다니신다니까 <벽제가 우리 고향이에요. 아저씨한테 잘 말씀드려 우리 아이 취직 좀 시켜 주세요. 가죽 공장은 힘든다던데......> 그리운 고향 벽제. 너무 가까우면 생각도 안 나는 고향. 음식점과 잡화점, 자전거포 간판이 낡은 나라. 무우꽃이 노랗게 텃밭에 자라나고 비닐 봉지 나는 길로 개울음 소리 들려 오는. 벽제. 이별하기 어려우면 가보지 말아야 할, 벽제. 끊어진 다리. < 벽제 > / 이성복 ![]()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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