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 가을 억새 > / 정일근 ... 藝盤예반 *.*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 (0) | 2019.09.16 |
---|---|
'가을의 편지' ♬ (0) | 2019.09.12 |
'어느 개인 가을날' ♬ (0) | 2019.09.05 |
'만나고 싶은' ♬ (0) | 2019.09.02 |
'하얀 쌀처럼' ♬ (0) | 2019.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