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짐아, 꽃님아 그리고 아루야 이리 와 이 쌀을 보아라 이 쌀은 아빠 친구 백년형이 양식 걱정하는 나를 듣다가 한 가마를 들여준 것이니 한 가마가 아니라 비록 한 톨일지라도 어찌 농사 지은 것 다이지 않겠느냐 겨우내 이 쌀로 우리가 먹고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이 하나둘 늘어나듯 너희는 또 커 새 이빨이 솟아나고 학교에도 갔으니 고마워라 그러나 얘들아 함께 노는 너희 친구 애숙이가 점심을 굶고 있는 줄은 알고 있느냐 우리 유치원 선생님 병희 엄마가 언제부터인가 쌀이 떨어져 하루 두 끼만 밥을 먹기로 했다는 걸 알고 있으냐 우리가 이 쌀을 남한테서 받은 것처럼 우리 점심상을 들여다보는 너희 친구 애숙이의 가늘어진 목과 병희 엄마의 그 깊은 눈이 다 이 쌀로만 제 자리를 얻고 소생할 수 있나니 들고 나가 한 됫박씩 드리고 와야 되지 않겠느냐 나눔과 섬김이 이 쌀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쌀 한 줌 집어 들여다보면서 마당가 개나리꽃 밝히 웃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빠는 마음이 아파, 아파 울고만 싶구나 너희는 이 하얀 쌀처럼 되어라 손가락 사이로 굴러 떨어지는 이 보석 같은 쌀이 아니어든 그것은 이미 사람이 아니니라 쌀도 아니니라 < 하얀 쌀처럼 > / 박형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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