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질 녘부터 눈여겨 보았는데 웬일일까? 저 집엔 불이 켜지지 않네. 귀를 쫑긋 세워도 웃음 소리 하나 발자국 소리 하나 잡을 수 없네. 웬일인지 모르지만 한적한 뜰을 보면 나는 들어가 서성이고 싶어라. 빈 부엌 아궁이에 남비를 얹고 싶고 쓸쓸한 의자의 먼지라도 쓸고 싶어라. 나는 모든 빈 집에 내 손을 태우고 싶어라. 빈 마루에 길게 누워 마룻장과 길낄거리고 싶고 지나간 달력을 떼어주고 싶어라. 잠든 고양이를 깨우고 싶어라. 달빛에 흠뻑 젖은 마당에 꽃씨라도 뿌리고 싶어라. 웬일인지 모르지만 한적한 뜰을 보면 나는 들어가 서성이고 싶어라. < 도둑일기 > / 황인숙 Undertale OST: Empty House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0) | 2025.03.20 |
---|---|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 듣는다' ♬ (0) | 2025.03.13 |
'벼랑' ♬ (0) | 2025.03.06 |
'단단한 뼈' ♬ (0) | 2025.02.27 |
'즐거운 제사' ♬ (0) | 202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