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늘
무덤 속 죽음의 상자 같은
ㅎ대학 부속병원 신경외과 817호실

흰 침대 위에
교통사고로 쓰러진 어머니의 투명한 눈물울 내려놓고
긴 복도에 걸린 유리창 앞에
말없이 서다
내 손가락 하나 닿을 수 없는 창밖으로
하늘의 시신(屍身)이 떨어져 내리고
야윈 손을 들어
오직 무성한 전등불만 보석처럼 받쳐든 산동네 위
집집마다 대문이 걸리고
돌아보아도 하늘엔 단 한 개의 별
남은 별들은 몰래 집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 위로 내려왔다
저 아래 웅크린 도시
수많은 차량들이 개선장군처럼 달리고
8층에서 숨진 어린아이의 주검이
승강기를 타고 영안실로 내려가고
수술실에서 한 개의 다리가 잘려 나가는 소리
보행기를 타고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구르는
중년사내 곁으로
주사기를 든 간호원이 패잔병처럼 지나가고
보호자들이 뛰어다니는 복도의 흔들림
흰 가운을 걸친 수련의들은
어디론가 재빨리 잠적해 버렸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덜그럭거리며
내 귓가를 스쳐가고
병원은 저 깊은 죽음의 늪속으로 가라앉고
흰 병동이 조금씩 금가는 소리
불빛을 흔드는 중환자의 마지막 신음
옥상을 두드리는 어둠의 망치 소리
살아있는 환자들은 손갈퀴 들어
벽 속에 희디힌 구멍을 뚫고
죽은 사람들 하나씩 장의사차를 타고
서녘 끝으로 소리없이 떠나가고
산부인과 병동에선 다시 한 갓난아이가
목숨의 은방울 흔드는 소리.

   < 1980 가을 병동 
>
                                                   / 정성수       
 
                                                                                ... 藝盤예반 *.*              
 


Turn, Turn, Turn! / 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 · Judy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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