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인사동 어귀에서 내 몸 눕힐 지명을 외치며 빈 택시를 고르다가 명명하는 밤의 불빛 속에 우연히 서있다 지금 나는 약간 취해있다 함께 술 마시고 과장된 목소리로 떠들던 친구들은 어디론가 뿔뿔히 흩어지고 나 혼자 문득 생각해보니 올 해로 서울살이 스믈 아홉 해 해 논 일이 뭐 있나 갑자기 한심스러워진다 몇 자락의 유행가를 익혔을 뿐이다 좋은 일 그다지 없었지만나쁜 일도 별로 없었다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던 어린시절 꿈들은 간 곳이 없다 산다는 것이 많은 먼지와 소음을 만드는 일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얼마나 많은 먼지들을 진공청소기처럼 열심히 빨아들이며 숨을 쉬고 내뱉으며 살아왔던가 펜은 얼마나 많은 양의 먼지를 빨아들일 수 있는지를 얼마만큼 상해 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달빛에 바래진 삶은 약간 서글픔을 머금을 뿐 별로 나쁜 일은 아닌 듯싶다 문득 이생에서의 삶을 놓아버리고 아득히 먼 길을 떠나려는 자와 낯선 세상에서 첫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사이에 나는 서있다 부끄러운 손을 호주머니에 깊이 찔러 넣고 걸음을 떼어놓으면 약간의 취기로 붉어진 얼굴을 사포처럼 거칠게 문지르며 달려가는 바람 이 밤은 유난히도 어둡다 하늘엔 별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담요처럼 두껍게 깔린 저 구름장 너머에 별밭이 있으리라 내일의 바람은 내일 불 것이다 그러니 이 밤은 아무리 어두워도 좋으리라 < 서울살이 스물 아홉 해 > / 장석주 ... 藝盤예반 *.* 어떤날 - 초생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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