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첩첩 쌓인 산속에 들어가
빈 접시 하나 손에 들고 섰었습니다.
밤새의 추위를 이겨냈더니
접시 안에 맑은 이슬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슬은 너무 적어서
목마름을 달랠 수는 없었습니다.
하룻밤을 더 모으면 이슬이 고일까,
그 이슬의 눈을 며칠이고 보면
맑고 찬 詩 한 편 건질 수 있을까,
이유 없는 목마름도 해결할 수 있을까.
다음날엔 새벽이 오기도 전에
이슬 대신 낙엽 한 장이 어깨에 떨어져
부질없다, 부질없다 소리치는 통에
나까지 어깨 무거워 주저앉았습니다.
이슬은 아침이 되어서야 맑은 눈을 뜨고
간밤의 낙엽을 아껴주었습니다.
--당신은 그러니, 두 눈을 뜨고 사세요.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위도 보세요.
다 보이지요? 당신이 가고 당신이 옵니다.
당신이 하나씩 다 모일 때까지, 또 그 후에도
눈뜨고 사세요. 바람이나 바다같이요.
바람이나 산이나 바다같이 사는
나는 이슬의 두 눈을 보았습니다. 그 후에도
바람의 앞이나 바다의 뒤에서
두 눈 뜬 이슬의 눈을 보았습니다.

             < 이슬의 눈 > / 마종기

  
                 
                                                       ... 藝盤예반 *.*                          
                                                    

bonnie dobson - morning dew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전자의 물이 끓을 때' ♬  (0) 2018.10.02
'겨울 정거장' ♬  (0) 2018.10.01
'별' ♬  (0) 2018.09.28
'스물 아홉의 겨울' ♬  (0) 2018.09.27
'겨울이 기쁜 나무' ♬  (0) 2018.09.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