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을 반으로 접듯이 나비를 접어 본다
물감 묻은 쪽이 어디고 묻지 않은 쪽이
어딘지 전혀 모르게 반을 접어 보았다
사라진 집터 위에 서 보기도 하고
서울에서 가장 낮은 소방서에 올라가
가파른 계단이 무서워 채 오르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반을 남겨 놓았던
그 자리에 서 보기도 했다
너무 이르게 날개를 달고 퍼득이며
수없이 저지른 시행착오만 보이는
요즈음의 마음을 반으로 접어
이른 것은 늦게 늦은 것은 이르게
갔던 길인지 가지 않은 길인지 모르게 뒤섞어 보았다
남아 있는 반은 아주 진한 녹색으로 칠해 보았다
그래서 다시 지난날의 반과 합해서 접으니
지나간 반도 푸르게 빛날 뿐
전생에 죄가 많아 슬프다는 말처럼
전혀 슬프지가 않았다.

                < 나비를 접으니 도통 모르겠다 > / 이창화


                 
                                                       ... 藝盤예반 *.*                          
                                                    

Crystal Gayle Half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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