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가방 하나 메고 길 나섰지요. 새도록 내린 비가 나 모르는 새 하늘을 거울처럼 닦아 놓았어요. 얼굴이 비칠까 봐 자꾸 하늘만 쳐다봤지요. 비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알고 보면 다 제 생각만 하고 사니까요. 꼭꼭 숨어 한 세월 잊어버렸죠. 문득 사람이 그립데요. 그럴 땐 길 나서야 해요. 먼길 나서며 모든 것 싹 잊어버려야 해요. 그리움은 아픔이니까. 아픔은 또 병든 시간이니까. 나이가 들면 어떤 아픔도 두려워지기 마련이죠.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성가시거나 두려울 뿐이지요. 그리워지는 건 그럼 뭔가요? 약해진다는 증거일까요? 나이가 든다는 게 그러나 좋은 것도 있어요. 웬만한 건 다 용서해버리죠. 용서가 아니라 회피라고 해도 좋아요. 그럴 땐 길 떠나고 싶어요. 밤에 내린 비가 길 밖으로 나를 자꾸 떠미니까요. < 사람이 그리울 때 > / 김재진 ![]() ... 藝盤 *.* Tom Waits - Long Way H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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