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방 하나 메고 길 나섰지요.
새도록 내린 비가 나 모르는 새
하늘을 거울처럼 닦아 놓았어요.
얼굴이 비칠까 봐 자꾸 하늘만 쳐다봤지요.
비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알고 보면 다 제 생각만 하고 사니까요.
꼭꼭 숨어 한 세월 잊어버렸죠.
문득 사람이 그립데요.
그럴 땐 길 나서야 해요.
먼길 나서며 모든 것 싹 잊어버려야 해요.
그리움은 아픔이니까.
아픔은 또 병든 시간이니까.
나이가 들면 어떤 아픔도 두려워지기 마련이죠.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성가시거나 두려울 뿐이지요.
그리워지는 건 그럼 뭔가요?
약해진다는 증거일까요?
나이가 든다는 게 그러나 좋은 것도 있어요.
웬만한 건 다 용서해버리죠.
용서가 아니라 회피라고 해도 좋아요.
그럴 땐 길 떠나고 싶어요.
밤에 내린 비가 길 밖으로 나를 자꾸 떠미니까요.

             < 사람이 그리울 때 > / 김재진

                                                                 
   
                                  ... 藝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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