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고 살아왔다.
예전에는 멀리가 보이지 않아서, 오늘에는
가까이가 보이지 않아서, 한평생을
나는 안경을 통하여 세상을 보면서 살아왔다.

구부러진 유리알을 통하여
세상의 애환을 살아왔지만, 세상이
그렇게 슬프고 기뻤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 사람의 기쁨이, 어쩌면
한 사람의 슬픔이 되는 잔혹을, 나는
어느 한쪽에서만 보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한 사람의 슬픔이, 그 실은
한 사람의 기쁨이 되는 비정을, 나는
어느 한 면에서만 보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안경을 쓰고 살아왔다.
예전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오늘에는
현실이 보이지 않아서, 한평생을
나는 안경을 벗지 못하고 살아왔나보다.

구부러진 유리알을 통하여
세상의 애환을 살아왔지만, 세상이
그렇게 밝고 어두웠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안경이 너무 밝아서, 어쩌면
세상의 어두운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어느 한 면만 쉽게 즐겼는지도 모른다.

안경이 너무 어두워서, 어쩌면
세상의 눈부신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어느 한 가지만 자꾸 슬퍼했는지도 모른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는
유리의 척도에 맞춰 세상을 보면서
그것이 세상인 줄 알면서 살아왔나보다.

그 잣대가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라도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도, 그것은
구부러진 유리알, 그것이
아무리 어설픈 눈이라 해도, 내 눈으로
내 세상을 보면서, 내 발로
스스로 걸어가서 확인하면서, 나머지
세상은 슬기롭게 살 일이다.



                     < 眼鏡 > / 박남수      
                                              
      
                                  ... 藝盤 .


Glassy Sky - Donna Burke - Tokyo Gh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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