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경을 쓰고 살아왔다. 예전에는 멀리가 보이지 않아서, 오늘에는 가까이가 보이지 않아서, 한평생을 나는 안경을 통하여 세상을 보면서 살아왔다. 구부러진 유리알을 통하여 세상의 애환을 살아왔지만, 세상이 그렇게 슬프고 기뻤는지는 알 수가 없다. 2 한 사람의 기쁨이, 어쩌면 한 사람의 슬픔이 되는 잔혹을, 나는 어느 한쪽에서만 보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한 사람의 슬픔이, 그 실은 한 사람의 기쁨이 되는 비정을, 나는 어느 한 면에서만 보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3 안경을 쓰고 살아왔다. 예전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오늘에는 현실이 보이지 않아서, 한평생을 나는 안경을 벗지 못하고 살아왔나보다. 구부러진 유리알을 통하여 세상의 애환을 살아왔지만, 세상이 그렇게 밝고 어두웠는지는 알 수가 없다. 4 안경이 너무 밝아서, 어쩌면 세상의 어두운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어느 한 면만 쉽게 즐겼는지도 모른다. 안경이 너무 어두워서, 어쩌면 세상의 눈부신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어느 한 가지만 자꾸 슬퍼했는지도 모른다. 5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는 유리의 척도에 맞춰 세상을 보면서 그것이 세상인 줄 알면서 살아왔나보다. 그 잣대가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라도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도, 그것은 구부러진 유리알, 그것이 아무리 어설픈 눈이라 해도, 내 눈으로 내 세상을 보면서, 내 발로 스스로 걸어가서 확인하면서, 나머지 세상은 슬기롭게 살 일이다. < 眼鏡 > / 박남수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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