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동생과 나는
쉬는 날이면 서로 밥하기 싫어
미루며 눈치보다
결국 굶을 때도 있었지만
일 나갔다 오는 대부분의 날들은
눈치볼 겨를 없이 서로
쌀 씻고 국 끓이고
고추장 떠 왔습니다.
우리는 엄마가 없으니
더 끔찍이 서로를 위했고
배불리 앉아 놀 때보다
일할 때 더 서로를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배고픔과 가난이 가져다 준
선물이 있다면
어려울 때는 언제나 생기게 되는
기특한 힘이었습니다 사랑이었습니다.
커서 공장에 와서
그 힘은 화염병을 던질 때도
각목을 움켜쥘 때도 생겼습니다.
신문을 돌리다 부잣집 아이들에게
놀림받던 기억 때문에도
각목 쥔 손에 갔지만
그것보다 그것보다 사실은
정말 힘 생기게 하는 것은
고통과 멸시 속에 배운 힘과 사랑으로
이 세상 새로이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꿔온 노동자의 사랑이
이 세상 다스린다면
거기 기꺼이 무릎꿇고 싶기 때문입니다.



                   < 사랑으로 > / 김주대     
                                             
       
                                  ... 藝盤 .


Gotthard -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자꽃 설화' ♬  (0) 2017.11.23
'眼鏡' ♬  (0) 2017.11.22
'가난한 새의 기도' ♬  (0) 2017.11.20
'서울' ♬  (0) 2017.11.18
'늘 그리워지는 한 사람' ♬  (0) 2017.11.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