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거대한 성곽 한 모퉁이를 얻어
그대도 이 밤 허공 위에 몸을 눕히시나요
세상은 온통 빙판이 되어 얼어붙고
폐타이어를 태우는 연기처럼 전운은
지구 한쪽을 감돌아 머리 위에 내리는데
겨울 몇 달 저는 병치레나 하며 보내고 있어요
비극도 아닌 것을 쿨럭이며 쿨럭이며
머리맡에 빈 약봉지만 던져두고 있어요
생의 일관성을 흩어 놓는 무력감과 싸우느라
단호해지지 못하고 있어요
수시로 결단하던 그대도 저처럼
사소한 것들로 인해 순식간에
균형을 잃는 날이 있을까요
제 영혼의 염증 따윈 한 순간이지요
이렇게 동파 되는 때가 있을 뿐이지요
저도 이 도시의 거대한 성곽 한 모퉁이
쓸쓸한 허공 위에 몸을 눕히고 있지만
저만 오래도록 늦겨울은 아닐 거예요
제 몸에 든 얼음도 언젠가는 녹을 거예요
빈 가지를 때리는 저 바람, 바람으로요.

                    < 겨울편지 > / 도종환       
                                      
     
                                  ... 藝盤 .


Guns N' Roses - November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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