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 색조각을 돌려가며 맞추는 루빅스 큐브라는 퍼즐, 나는 아직도
한 면밖에 맞추질 못한다. 다른 면들은 모두 뒤섞인 채로 살아왔다. 정거하
러 들어오는 하행 지하철 창에 그녀가 있었다. 서서히 그녀의 칸은 내가 탄
상행 칸에서 멈췄다. 그 순간을 위해 세로축의 계단들과 가로축의 정차역
들은 수없이 교차해왔고, 각기 다른 두 개의 시간이 한 접점에서 시공간을
열었을 것이다. 열차 유리창과 유리창 열차 사이, 마지막일지도 모를 눈빛
이 일치했다. 몇 백 년을 건너온 듯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한 면
이 다른 전면을 맞춰내기 위해, 우리의 관계는 잠시 잇댔다가 어긋나는 여
정에 있었을까. 루빅스 큐브 한 면만 겨우 맞춰온 내가 그녀를 다시 본다는
것은, 이 生을 분해해 다시 조립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하철은
떠났고 그녀와 단 몇 초간, 아마도 평생이 흘렀다.

            
< 루빅스 큐브 > / 윤성택

       
                              ... 藝盤 *.*

Eric Burdon and Animals - Many Rivers to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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