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
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말끔히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비워놓았다
아주머니들은 예전보다 청소를 더 잘 한다

왜 그런지?

깔끔한 빈 통들 속엔
기쁨보다 슬픔이 더 꽉 들어차 있다
길 없는 어두운 마음 여럿이
거기 꽉 들어차, 집단으로 숨죽이고 앉아 있다.
저녁이면 건물 한 귀퉁이, 컴컴한 골방에 몰려 앉아
온 건물을 다 허물 듯 황당한 냄새 퍼뜨리며,
후르륵후르륵 라면을 끓여 먹는
그 숨죽인 침묵들을 나는 봤다

신문들은 매일 새로운 공포를 배달하고
황당한 침묵의 쓰레기통 같은 곳으로 허겁지겁 숨어들었다
아주머니들이 예전보다 청소를 더 잘 하듯이
사무실 앞 자판기의 커피값은 오십 원 더 올랐고,
우리집에서는 벽의 어느 틈서리에 숨어 조심스레 생명을 꺼가는
가느다란 모기 한두 마리의 숨소리가 더 잘 들렸다
또한 그렇게 조심스럽고도 투명한 귀를 가진
사람을 대하는 사람의 표정들도 예전보다 더 친절해졌다

왜 그런지? 다들

그들의 운명을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인 듯,
집집의 베란다에 몰려 앉은 때 절은 걸레꽃들도
내 폭력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회피할 때가 많다
여러 번 때를 벗고, 다시 때를 입는
꽃들은 물이 축축한 걸레가 되어 날마다
해뜨는 아침의 베란다에 걸린다


                   < 지나가는 슬픔 10 -  왜 그런지 >  / 이승욱    

           
          
                                ... 藝盤 *.*

kris kristofferson - Why me L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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