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문도 없는 다락방에서 열 아홉을 견뎠네
몸 하나 겨우 드나들 만한
창을 넘어 방에 들어서면
어린 누이들이 무말랭이 같은 팔 다리를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잠들어 있었네
어깨 높이에 걸려 달랑달랑하는
삼십 촉 짜리 전구를 밝히고
그 아래 엎드려 시집을 펼치면
활자들 사이에서 환한 길들이 낯을 드러내곤 했는데
그 길들이 나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것일까
내 삶의 구석구석엔 어둠 속에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던
서툰 시행들이 불발탄처럼 박혀 있네
누이들은 자라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었지만
그 날의 흉터를 다 지우지는 못하고 있네
어둠 속에서도 銀貨처럼 반짝이던
누이들의 이빨 사이로 언뜻언뜻 피어나던 숨결들이
내 시 속에서 다시 빛을 발하는 것처럼


               < 열 아홉의 다락방 > / 박완호


     
                                                        ... 藝盤 *.*

Once Upon a Time (Emma'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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