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

하루를 다 태우지 못해 연기만 남기는 저녁입니다 암환자를 부축해 산마을로 떠나는 하늘 눈아린 숱한 불티만 이삿짐에 얹어 보냅니다 휑한 눈 껌뻑이며 어둠들이 모여듭니다 꾸부정한 등에다 남은 바다를 지고 오는 우리네 귀가시간을 가로막고 서성입니다 가슴은 금이 가지만 어린것들 미소를 보면 적금이며 부금에 무거워지는 내일에 어느덧 십이층 허공도 뿌리를 박으러 내려갑니다 내려가 지하에서 꿈을 길어 올립니다 온 밤내 도르래 소리 불꺼진 창에 부어댑니다 못 태운 하루의 갈증 그 어둠을 다 적십니다 결국 도르래 하나 하늘에 빠뜨린 아침입니다 오늘도 그림자 끌며 시간의 줄 엮어들고 이사온 하루를 맞아 불을 분주히 지핍니다                      < 임대아파트 > / 손수성                                                                    ... 藝盤 ＊.＊ MisterWives - Vagab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