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벽 집을 나가보았다. 초저녁 벌집처럼 눈떠있던 아파트 그 불빛 다 지워지고 사방은 어둠 속에서 적막하다 이따금 불면으로 불을 밝히던 한두 집에서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는 소리가 희미하게 가슴을 치고 지나간다 아파트단지 상가 제빵점에서는 여직것 빵굽는 일꾼들의 발놀림소리가 요란하다. 팔에 굵은 알통 근육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번들거리는 땀을 훔치며 빵틀을 들어 나르는 청년들의 모습과 막 구워져나온 껍질 두꺼운 빵을 보며 나는 슬픔을 느낀다 빵틀을 안고가는 젊은 사내의 등뒤로 새벽 별빛이 떨어진다 그 별빛에 묻어 사내의 땀방울도 두꺼운 빵껍질 위로 떨어진다 아침이면 분명 누군가가 저 빵을 먹을 것이다 빵의 부드러운 속살과 함께 땀방울도 그의 입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것도 가난한 사람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빵 굽는 한 사람의 사내를 성장시키는데 며칠간의 잠못이루는 밤과 약간의 슬픔이 필요하듯이 빵 하나를 익히기 위해서도 밀밭을 스치고 가는 한줄기 바람과 한올의 태양이 필요하다 한점 별빛과 땀방울이 필요하다 새벽 잠못이루고 서성이는 또 한사람의 발길이 필요하다 < 빵 > / 김용락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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