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합니다 섬유 깊숙이 잡히지 않는 곳에 침투한 일상(日常)의 때(汚)를 두 손으로 휘어 흔들어 헹굽니다 비누 방울은 웃으며 웃으며 사라지고 손가락 마디에 부딪혀 질컥이는 하루의 웃음이 혹은 아픔들이 물통에서 푸득거립니다 빨래를 합니다 나일론처럼 빳빳한 아버지의 옷가지 까마득히 손 끝에 드러눕는 옷가지를 건져 올리면 가슴 부푼 비눗방울처럼 부풀대는 나의 하루 빨래를 합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온 세월이 느닷없이 발등을 밟고는 쏜살같이 달아나고 아 물통 가득히 비어 있는 하늘의 중심(中心) 물동 속의 거친 숨소리가 비어 있는 중심마저 흔들어 놓읍니다. < 빨래 > / 강안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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