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나와 함께 불면하며 곁에 있던 새도 아침이 되어 보이지 않고 아파트 앞 빈 주차장을 보며 마음의 황량한 공회당에 줄을 긋고 이력서를 쓴다 이력서엔 이력이 났건만 어디에선가 구겨져 돌아오거나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일쑤이겠지만 이력서를 쓰는 날은 신성하다 적어도 지난 날 나의 행적이므로 굴절과 참패로 얼룩진 나날일지라도 살기위해 애썼던 나날이므로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언제부턴가 마감되어 더 이상 덧붙일 것 없는 나의 이력이 더는 자라지 않는 죽순처럼 어두운 대숲에 웅크리고 있어 누군가 낫을 들고 올 것만 같아 이력서를 쓰는 대낮에 홀로 두려움에 떠는 것이다 < 이력서를 쓰는 대낮 > / 송태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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