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속을 가다' ♬

불빛 환한 방안에는 커피향내 짙겠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정처럼 춤추겠지 진눈깨비 치는 어두운 밤길을 다리 절면서 사람들은 가고 젊은 부부 연속극 앞에 넋잃고 앉아있을 거야 달콤한 대사에 눈시울들이 붉었을 거야 옷 속으로 파고드는 매운 칼바람 여미는 손은 나무껍질처럼 갈라졌다 내일 모레가 설, 선물꾸러미도 챙겨야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끝도 한도 없이 진창과 허방 끝도 없이 이어져 빠지고 고꾸라지면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밤 이슥하면 사내들은 허풍을 친다 짐짓 속아주면서 아내들도 즐겁다 천둥과 번개가 귀와 눈을 찢는 밤길은 점점 갈수록 험하고 어두워 차도 바꾸고 집도 늘려야지 내년에는 괌으로 바캉스도 가야지 새벽은 언제 오느냐 좌절 속에 지쳐서 앉아있는 사람들 쓰러지는 사람들 불꺼진 방안에는 숨소리들이 거칠겠지 사랑은 속될수록 즐거운 거니까 온몸에 감긴 시퍼런 멍 놀려대듯 그 위에 진눈깨비는 퍼붓고 이윽고 저 고른 숨소리들 진눈깨비도 모른다                             < 진눈깨비 속을 가다 > / 신경림                                                                                                 ... 藝盤 ＊.＊            조동진 - 진눈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