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아프다고 그랬다. 산동네 공중전화로 더 이상 그리움 같은 걸 말하
지 않겠다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도 않겠다고 고장난 보안등 아래서 너는 처
음으로 울었다. 내가 일당 이만오천원짜리 일을 끝내고 달려가던 하숙촌 골
목엔 이틀째 비가 내렸다.

   나의 속성이 부럽다는 너의 편지를 받고, 석간을 뒤적이던 나는 악마였다.  
십일월 보도블럭 위를 흘러다니는 건 쓸쓸한 철야기도였고, 부풀린 고향이
었고, 벅찬 노래였을 뿐,  백목련 같았던 너는 없다. 나는 네게서 살 수 없었는
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떨리는 손에 분필을 들고 서 있을 너를 네가
살았다는  남쪽 어느 바닷가를 찾아가는 밤기차를 상상했다. 걸어서 강을 건
너다  아이들이 몰려나오는 어린 잔디밭을 본다. 문득 너는 없다. 지나온 강
저쪽은 언제나 절망이었으므로.

   잃어버렸다. 너의 어깨를 생머리를, 막차시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빗줄
기는 그친 다음에도 빗줄기였고,  너는 이제 울지 못한다  내게서 살지 않는
다. 새벽녘 돌아왔을 때 빈 방만 혼자서 울고 있었다. 온통 젖은 채 전부가 아
닌 건 싫다고

               < 참회록 > / 허연    

                                                    
                                    ... 藝盤 *.*          
 
 
Gregorian Chants - Dominus Exsulte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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