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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전 열 시 이십칠분의 햇살은 오전만큼의 기울어진 그림자를 만들고
내 그림자도 그 기울기로 천천히 기울다 어느 기울기에서 사라지면
그 때서야 나는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그런 나는 화장실에 앉아 오늘이 월요일이란 사실에 놀라며
내가 앉아있는 이 곳에서 내 생은 짧게 혹은 느리게
그러나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가 꿈꾸지 않은 모습으로 쉴새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
어떤 저항도 소용없는 이 지독한 시간의 레일 위를 달려
지하철에서 쏟아져나와 다시 되돌아갈 길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지독히 짧은 하루 동안의 휴식에도 나는 일주일만큼의 자유를 느끼려 했던 것일까
일주일을 보상받으려 내 휴식은 그렇게 발버둥쳤던 것일까
그렇다면 내 생의 월요일은 내 생의 일요일만큼의 숫자로
일요일의 자유를 무참하게 부셔내는 그 모진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인데
같은 숫자의 자유로도 나는 월요일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또, 오늘이 월요일이란 사실에, 나는
지난 날 애인을 잊듯, 싱싱했던 그 연애를 잊듯, 매정했던 결별을 잊듯
그렇게 일요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다시 월요일에 감금되어 슬픈 현재를 감내하고 있는 것인데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내 일생이 이렇듯 일요일에 마약처럼 취했다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약을 구하기 위해 월요일에게 손을 내밀어
가련한 얼굴로 또한 며칠을 버티게 되더라도, 일요일은 내게 위대하였다고
 
            < 월요일은 슬프다 > / 전남진  

                                         
                                    ... 藝盤 *.*          
 
 
The Mamas & The Papas - Monday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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