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원역에 오시면 시청방향으로 차를 타세요 결혼회관 조금 전 매교다리쯤 에서 내리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행복 사진관쪽으로 드십시요 쇼윈도우에 걸린 행복이 탐나시거든 한 장쯤 슬쩍 하셔도 좋습니다 분명 맘 좋은 주인이 눈감아 줄 테니까 그러나 행복도 잠시 다리를 건너 바로 오른쪽으로 드세요 다리를 건널 때 조금 악취가 풍겨도 침을 뱉거나 놀라지는 마십시요 매일 인생을 공치는 때절은 사람들 다리 아래 모여서 응어리진 생을 방뇨하고 있거든요 그곳에서 발목이 잡히면 잠깐 시계를 풀어놔도 괜찮을 듯 싶은데 불쑥 그들에게 끼어들어 자신을 용서 못할 일로 분노하지 말라고 한마디 훈수를 해도 좋겠고 그러나 너무 시간이 지체되면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서 전화 한 통 주세요 꽃무늬 월남치마에 빨간 고무 슬리퍼를 끌고 거울에 얼굴 비추는 일도 잊은 채 물론 한 걸음에 달려 나가겠습니다 내 마중이 짐짓 부담스러우시다면 이천 쌀집을 지나 마샬 미용실을 지나 방긋거리는 장미화원을 지나 그러나 절 위한 장미는 사양입니다 과일가게 앞이나 슈퍼마켓 앞에서도 괜히 서성대지 마시고 다시 우측 골목으로 드세요 혹, 유천 파출소 앞 김순경이 저 잠깐만 하고 검문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검문 또한 부담스러우시다면 몇 발짝 멀겠지만 좌측 골목을 끼고 돌아오셔도 됩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태극당 빵굽는 냄새를 뒤로하고 포천 정육점과 성광슈퍼가 눈에 들어오면 턱 아래 바로 한우리 교회가 있습니다 가끔 사람들 모여 소리 지르고 울부 짖으며 무엇인가를 회개하고 소원하는데 내게 하려 했던 말의 일부는 그 곳에다 풀어 놓으셔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선 결코 육신의 배를 부풀릴 양식은 없을 게 분명하니 그 쯤에서 허기가 돌면 곧장 우리집을 찾으세요 대문을 구별하기가 좀 난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독 저 하늘을 찌르고 섰는 한 개의 안테나를 찾아 보세요 나는 방 안에 누웠어도 안테나에 당신이 감지되면 그 길로 달려나가 지친 당신을 맞겠습니다 매교다리 아래, 행복사진관 속, 한우리 장로교회, 그 곳에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다 말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제가 준비한 한 상의 성찬을 받으시고 원하신다면 술은 얼마든지 자셔도 좋습니다 긴 여행의 고단한 시간을 풀고 가방을 풀고 안경과 모자, 모서리가 닳은 신발끈도 풀고 한 며칠 묵어가시는 것 어떻겠습니까 부디 그렇게 하십시요 < 매교동 행복번지 > / 김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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