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 살아본 뒤에도
몸이 남아 있으므로 살아야 하는
성자들의 표정 없는 슬픔처럼
나무들은 겨울을 난다.

눈이 가지를 덮고
녹아 흐르며 고드름으로 달려 빛날 때
나무는 찬찬히 오랜 노동으로 옹이진
제 손끝을 들여다본다.

나무는 기실
제 손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한 슬픔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이다.
몸이 남아 있으므로 살아야 하는
모든 것들의 감금과 슬픈 노동을

나무는 필사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고 있는 동안
옹이진 손끝에서 움찔움찔
마침내 날개를 접은 새 움이 돋는 것이다.
새잎이 파랑새처럼 작고 파란 날개를 펴는 것이다.

나무는 파랑새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는다.
그것이 뭉툭한 가지에서 돋아난 건지
필사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살짝 날아 앉은 건지 묻지 않는다. 

               < 봄나무 > / 김진경  

 
                   
                                    ... 藝盤 *.*        
 
Klaatu -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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