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을 다 살아본 뒤에도 몸이 남아 있으므로 살아야 하는 성자들의 표정 없는 슬픔처럼 나무들은 겨울을 난다. 눈이 가지를 덮고 녹아 흐르며 고드름으로 달려 빛날 때 나무는 찬찬히 오랜 노동으로 옹이진 제 손끝을 들여다본다. 나무는 기실 제 손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한 슬픔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이다. 몸이 남아 있으므로 살아야 하는 모든 것들의 감금과 슬픈 노동을 나무는 필사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고 있는 동안 옹이진 손끝에서 움찔움찔 마침내 날개를 접은 새 움이 돋는 것이다. 새잎이 파랑새처럼 작고 파란 날개를 펴는 것이다. 나무는 파랑새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는다. 그것이 뭉툭한 가지에서 돋아난 건지 필사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살짝 날아 앉은 건지 묻지 않는다. < 봄나무 > / 김진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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