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와 색종이를 오리면서 도화지에 붙이며 그림을 만들면서 그림 뒤로 사라져 버리는 색종이의 뒷면을 생각했다 울긋불긋 빛나는 이 세상도 색종이의 뒷면 같은 무엇이 받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뒷면이 사라지면 그림은 남을 수 있을까 거대한 이 도시는 뒷면에서 뼈를 세운 노동이 팔 뻗쳐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이 만큼의 생활도 보이지 않는 이들이 떠받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문에서 종이가 없어지면 글자들은 어떻게 떠오르나 우리의 육신이 사라지면 영혼이 그런 색깔로 떠오르나 잘라서 남는 종이들은 왜 쓰레기로 버리면서 우리들의 삶의 어느 부분도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게 아닐까 버려지지 않고 뒤에서 떠받들지 않고 사는 세상이 없을까 문득 궁리하다가 색종이를 잘게 잘랐다 아이가 동그란 눈으로 아빠 무어야 한다 유리를 몇 개 주어다 만화경을 만들었다 안팎이 없고 버려지지 않는 세계가 이루어졌다 아이가 좋아서 깡총깡총거린다 < 만화경 > / 김용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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