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에서 속초까지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그를 옆에 태운 채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간 것은 잘못이었다 틈틈이 눈을 돌려 북한산과 설악산을 배경으로 그를 바라보아야 했을 것을 침묵은 결코 미덕이 아닌데... 긴 세월 함께 살면서도 그와 많은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은 잘못이었다 얼굴을 마주 쳐다보거나 별다른 말 주고받을 필요도 없이 속속들이 서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를 곧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여름 바닷가에서 물귀신 장난치고 첫눈 내린 날 살금살금 다가가서 눈 한 줌 목덜미에 쑤셔넣고 깔깔대던 순간들이 더 많았어야 한다 하다못해 찌개맛이 너무 싱겁다고 음식 솜씨를 탓하고 월급이 적다고 구박이라도 서로 자주 했어야 한다 괜찮아 워낙 그런 거야 언제나 위안의 물기가 어린 눈웃음 밝은 목소리 부드러운 손길 포옹할 수 없는 기억 속으로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린 것을 < 서울에서 속초까지 > / 김광규 ![]()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투는 나의 힘' ♬ (0) | 2016.07.08 |
---|---|
'궁금한 일' ♬ (0) | 2016.07.07 |
'아이들의 결정' ♬ (0) | 2016.07.05 |
'왼손잡이' ♬ (0) | 2016.07.04 |
'재순이네' ♬ (0) | 201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