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

골목 안에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하나 있다 그 앞을 지나 다니다 보면 낡아 덜거덕거리는 유리문은 언제나 반쯤 열려있어 쉽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좁은 실내의 희미한 조명 아래에는 세월의 더께 덕지덕지 묻은 낡은 집기들과 의자에 조는 듯 앉아 있는 서너명의 중늙은이들이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있는 모습은 오래된 흑백사진 보는 듯하다 드나드는 사람 별로 없는 그 집 유리창의 선팅은 이미 오래 전에 빛이 바랬고 글자 중 몇 개는 지워져 알아볼 수 없는 것 외엔 지난 수년간 변한 것이라곤 없는 그 집은 허름한 주위의 집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대개 그 집이 무엇하는 집인지 익히 안다는 표정들이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열린 문으로 눈길을 돌리며 무채색의 삶을 살아가는 사내들을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제 갈 길을 가곤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골목을 떠나고 새로 이사오곤 하지만 고집은 여전히 그들을 그 자리에 앉아 있게 할 것이고 하는 일 없는 것 같은 그 집의 따뜻한 불빛이 잔뜩 쳐진 어깨로 돌아오는 변두리의 어두운 골목길을 늦은 밤까지 환하게 밝혀주는 것이다                 < 그 집 > / 박병호                                                                                                                                                                        ... 藝盤예반 ＊.＊   Crosby Stills Nash and Young - Our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