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뿌리에 앉아 잠이 들었다 뿌리가 말을 걸어왔다 바람이 이따금씩 그 말을 끊어 놓았다 빈깡통이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다시 뿌리가 말을 걸어왔다 이번에도 바람이 귀를 막아버리자 뿌리가 가지 끝으로 손을 내뻗었다 만져지지 않았다 네가 만져지지 않던 지난날의 내가 저 뿌리와 같았음을 알겠다 네 마음 끝까지 오르지 못한 내가 나무의 빈 물관에 불과했음도 이제는 알겠다 네가 잠 속까지 따라 들어왔다 잠에게 말을 걸자 꽃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바람도 숨을 죽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침 가지 끝에 매달린 뿌리를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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