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침에 편지 반 장 부쳤을 뿐이다.
나머지 반은 잉크로 지우고
'확인할 수 없음'이라 적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주소뿐이다.
허나 그대 마음에서 편안함 걷히면
그대는 무명씨(無名氏)가 된다.
숫자만 남고
가을 느티에 붙어 있는
몇 마리 까치가 남고
그대 주소는 비어버린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에 소금 친 물 마셨을 뿐이다.
우리에 나가
말 무릎 상처를 보살펴준다. 
사면에 가을 바람 소리
울타리의 모든 각목(角木)에서 마음 떠나게 하고
채 머뭇대지도 못한 마음도 떠나고
한치 앞이 캄캄해진다.
어둠 속에
서서 잠든 말들의 발목이 나타난다. 

내일은 늦가을 비 뿌릴 것이다.
 

         < 오늘은 아무것도 >
 / 황동규

 
                                                                       
                                                                                          ... 藝盤예반 *.*
 


Maxine - Donald Fa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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