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숲에 있다
우산을 접은 사람이 산 위에서 내려온다
산을 내려오면 아침 바다가 있고
은빛 못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목선이 있다
해변에는 레게의 리듬이
푸른 곰팡이 핀 술집의 매캐한 냄새처럼
너를 그리워하게 하는
고아의 저녁을 물들이고 있다

그 저녁에도 나는

아비장의 거리에 서있었다
황혼이, 이 신생 독립국가의 전통을 물들일 때도
나는, 아마, 코란이 낭송되는 이슬람의 사원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경전은 헌시(獻詩)이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무수한 ‘곳’에서
미루나무 가지처럼 무수한
너와, 너는, 너의, 너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란 처음부터
흐르지 않는 사소한 연못들과 같았던 것
불멸처럼

저 타오르는 미루나무의
알 수 없는 가지, 가지마다에서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강변의 불빛들이 오랜 기다림처럼 밝혀있는
번창한 灣의 부두를 걷고 있다 그리고 조금 후면
모오든 다리를 건너 네가 올 것이다

이 석양이 지고, 어둠이 오면
나는 지금도


   < 나는 지금도 미루나무 숲에 있다

                                                     / 함성호       
 
                                                       ... 藝盤예반 *.*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 · Priscilla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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