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걸 쓰기 시작한 뒤 처음 맞는 8월은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술 마신 다음날 반쯤 시체가 된 몸은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 창문을 열면, 매미소리와
함께 마지막 여름이 가고 놀이터 아이들은 키 큰
잠자리채를 깃발처럼 흔들었다

무성한 벌레울음과 그 뒤에 오는 짧은 침묵 사이로

어제의 시가 유산되고, 간밤의 묵은 취기도 마저 빠져
나가고 맴맴, 맴돌기만 하던 생각도 가고 그대와 함께
여름이 간다

아직 배반할 시간은 충분한데......그리 높지고

푸르지도 않은 하늘 아래 구름은 또 비계 낀 듯
잔뜩 엉겨붙어 뭉게뭉게 떨어지지 않고 다만, 거짓말처럼
천천히 서로 겹쳐졌다 풀어지며 경계를 만들었다 허무는
힘으로 입술과 입술이 부딪치고 다만, 한 기억이 또
다른 기억을 뭉개며 제각기 비비다 울며 여름이 간다


   < 위험한 여름 

                                                   / 최영미       
 
                                                                                ... 藝盤예반 *.*              
 


August October / Robin Gi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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