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났으니 눈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미리 연락은 받았으나 때 아닌 눈발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가 진눈깨비처럼 왔다. 이십 년만에 만난 그는 각개전투장 같은 세월을 건너 보험외판원으로 왔다. 자신은 이젠 보병장교가 아니라 보험 컨설턴트라고 한다. 세상의 자욱한 포연에 무슨 얘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그저 눈으로 짚어보는 서로의 깊고 고단한 안부에 일회용 컵의 녹차가 식고 있었다. 친구는 내가 잘 살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폭설이 내린 거리로 조심스럽게 걸어나갔다. 아, 삼월에 웬 눈이 쏟아지나 장난스럽게 나무 밑동을 툭툭 걷어차며 스스로 꽃눈을 만들며 걸어갔다. 우리는 보험 얘기는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는 너무도 많은 거절을 당했을 것이다. 나는 터무니없이 많은 보험을 들었다. < 봄에 내린 폭설 > / 여영현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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