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을 울리고 나는 다시 시를 꿈꾼다 기억하는가 황량한 우리들의 시절 바람의 변경으로 밀려와 있던 자치 방에서 우리의 시는 끝났다 그 겨울 우리의 초월은 날개도 없이 추락하고 지금은 우리 가슴에 화석이 되어 매립된 쓰러진 소주병과 라면 봉지와 씻지 않은 냄비 두 개 그리고 신문지 바른 벽 틈으로 날을 세우는 겨울 바람에 비늘이 돋던 열정이 우리의 마지막 정직이었다 그 후 鄭兄은 그 집요한 考試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나는 술만 먹으면 울던 버릇을 고치고 물결처럼 사르트르와도 어울리고 더러는 마르크스를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쩔뚝거리며 흘러 다녔지만 소문으로 들리는 계속된 형의 낙방과 제대로 시인도 개똥철학자도 되지 못한 나에게 우리를 할퀴고 간 그 시절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한때의 과잉된 생의 사치였을까 아니면 우리들 순결의 무덤이었을까 이제 삶에 대한 아무런 근사한 답안도 갖지 못하고 열정도 어느덧 식고 거짓말하는 일에도 참 능숙해지고 친구들도 하나씩 멀어져 가는 때쯤이면 왜 나는 늘 그 겨울 바람 언저리를 떨며 서성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해야 하는지 스탠드 불빛 저 너머에서 괘종시계 종소리가 천천히 삶을 노크하는데 나는 음산한 공포 영화의 첫 장면같이 쓰러진 비늘을 세우고 다시 시를 음모하는 것이다 < 그 그리운 겨울날들 2 > / 이성희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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