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에 말아 넘긴 끼니처럼 채 읽지 못한 생각들은 허기지다 그대 이 다음에는 가볍게 만나야지 한때는 수천 번이었을 다짐이 문득 헐거워질 때 홀로 켜지는 불빛, 어떤 그리움도 시선이 닿는 곳까지만 눈부시게 그리운 법이다 그러므로 제 몫의 세월을 건너가는 느려터진 발걸음을 재촉하지 말자 저 불빛에 붐비는 하루살이들의 생애가 새삼스럽게 하루뿐이라 하더라도 이 밤을 건너가면 다시 그대 눈 밑의 그늘이 바로 벼랑이라 하더라도 간절함을 포기하면 세상은 조용해진다 달리 말하자면 이제는 노래나 시 같은 것 그 동안 베껴썼던 모든 문자들에게 나는 용서를 구해야 한다 혹은 그대의 텅 빈 부재를 채우던 비애마저 사치스러워 더불어 버리면서 < 적멸 > / 강연호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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