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幻滅)이 절망이 될 정도로, 혹은 자유로움이 될 정도로, 과연 어느 한때 순수한 환(幻)을 지녀 보기라도 했던가. 환이든 혹은 그 멸(滅)이든, 있었던 것은 아마도 수사학 정도가 아니었 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환과 멸, 수사학 모두는 공통적으로 어딘가에 진(眞)을 가정하 는 듯한 개념이다. 그러나 수사학의 자의식은, 자신이 유일무이 한 것은 아니며 <이를테면>이라는 몸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것이 수사학적 자의식이 지닌 강점이다. 그렇다면 약점은 무엇인 가? 수사학의 약점은, 진의 존재 여부의 문제를 진에 대한 인식 가능여부의 문제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환멸(幻滅)이 절망스럽거나 혹은 자유로움일 만큼 과연 지난 어느 한 시절 순수한 환(幻)을 지녀 보기라도 했던가>라는 문장 은, 수사학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수사학 내부에서의 이 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사학은 수사학의 <밖>을 의식하지 않는 한 잡담에 불과하다. 자신이 수사에 불과함에 절망하는 수사만이 수사로서 진실하다. 그 절망의 표정은 무엇일까? 아마도 침묵을 닮아있을 것이다. 바 꾸어 말하면, 침묵조차 아직은 수사에 불과하다. < 수사학에 관하여 > / 조원규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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