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볕이 좋은 날 시민공원으로 자전거를 달립니다 시민공원에는 잘 마른 흙이 많고 조그맣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개미들과 모기들이 아직도 작은 몸으로 마음놓고 달립니다 공중을 향해 자전거 바퀴는 흙을 감아올리며 나를 동그랗게 안고 곧 어두워질 세상을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둡니다 은빛의 궤도가 별처럼 빛나고, 지상을 얼룩지게 반사하던 날들과 바퀴 날개만큼 가벼웠던 날들이 구르다가 멈추어 서는 세상의 마지막에서 저 흙은 내 몸을 헐어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내 몸의 피를 좇아 달리던 모기도 흙 속에서 살게 되고 나도 모르게 가끔 죽였을 개미도, 녹슨 자전거 바퀴도 조그맣게 나들이 돗자리에 앉아 웃던 사람들도 먼지투성이 이승을 덮어버리고 그래도 따라오는 기쁨이 있으면 함께 데리고 찾아오는 곳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나 다시 삽니다 꽃으로 무수히 피어오르는 흙 속에서 그냥 살아 있을 뿐입니다 생의 바퀴를 흙에게 바칩니다 < 흙에게 > / 이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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