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침, 부리, 이빨, 으르렁 대는 소리들,
살기등등한 허무와 그 혼잡도
이 소박한 꽃 앞에선 자취를 감춘다.


2
여인


밤마다 우물로 내려가곤
아침이면 다시 얼굴을 내민다,
품에는 새로운 뱀을 안고.

3
자서전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랬던 것들이다.
그리고 그랬던 것들은 이미 죽은 것들이다.

4
밤중에 듣는 종소리


그림자의 물결, 눈먼 파도가
불 타는 이마 위에 밀려온다 :
내 사념을 적셔다오, 그리고 아주 불을 꺼버려!

5
문 앞에서


사람들, 말들, 사람들.
잠시 멈칫했지 :
문은 위에 있다. 홀로 떠있는 달 하나.

6
보이는 것


눈을 감자 내가 보였다 :
공감, 공간
내가 있고 또 내가 없는 이곳.

7
풍경


저토록 바쁜 벌레들,
태양빛 말들,
구름빛 당나귀들,
구름은 무게를 잃은 커다란 바위,
산은 내려앉은 하늘,
나무들이 무리져 내려와 골짜기 물을 마신다.
모두들 있다, 행복하게, 저기, 스스로의 분수만큼
행복하게, 우리 앞에, 그런데 우리는 없다
분노와 증오와 사랑에, 마침내 죽음에
송두리채 먹혀버린 우리는 없다.

8
무식쟁이


하늘을 쳐다보았지.
하늘은 비문이 닳아진 커다란 바위돌,
별들도 한 마디 내게 읽어주질 못했어.


                                                < 흩어진 돌멩이들 Piedras sueltas > / 옥타비오 빠스 / 민용태 옮김

  
                 
                                                       ... 藝盤예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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