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씨, 감기는 좀 어떠십니까?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이라 적은
엽서 잘 받았습니다.
풀빛 짙어가고 나무는 그 뿌리가 더욱 깊어지는 봄이로군요.
헌데 봄이 오지 않는다면 어쩌겠습니까.
나라는 깨어지고 산하마저 눈보라 속에 파묻혀 있다면?
깊어가는 봄이 없다면 노래가 있겠습니까.
노래라도 진정 있겠습니까.
지금 서울엔 삼월에 눈보라가 몹시 불고 있습니다.
눈보라는 모든 익숙한 것들을 재우고
말하자면 이불 같은 것도 덮어주었지요.
서울은 이제 짐 자무시 영화 제목처럼
천국보다 낯선 곳이 되었습니다.
서리화로 선 가로수에는
죽은 사람들의 넋이 후줄근히 걸리기도 하지요.
얼어 죽은 노숙자,  자살한 사업가, 신용불량자들,  불타 죽은 사람,
물에 빠져 죽은 사람, 떨어져 죽은 사람, 굶어 죽은 사람, 지하철 안
의 비명…… 살해된 자살자들은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웁니다.
눈보라는 잽싸게 울음을 먹고 자장가도 없는 잠을 쏟아냈습니다.
예민한 아이들은 죽은 사람들과 소곤대고,
노인들은 죽은 왕 얘기를 하곤 합니다.
기회주의자들의 건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그들 데까당 옆에서 연명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저는 구체관절 인형처럼 우울하답니다.
사람들은 심란한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죽지 않는 게 더욱 시적인 삶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가령 오르는 물가를 걱정하면서 물코를 탱 풀고
늙은 여자가 하나 지나갔습니다. 等等.
허나 더욱 참혹한 날들이 오리라는
오래된 讖謠처럼 눈이 참 오기는 많이도 옵니다.
어제는 三岳神이 나와 춤을 추었고
한강에는 백발삼천장 노파의 환영이
한동안 나타났다가는 사라졌습니다.
나라가 깨지려나보다고, 무슨 우화처럼
개구리군이 와서 걱정을 하고 가더이다.
아래턱을 달달 떨면서
더욱 혹독한 천국이 내려오리라.
그래도 진정 노래는 있겠습니까.


             < 천국보다 낯선 - 杜甫氏에게 > / 장이지

      
                                   ... 藝盤 *.

Gavin Bryars and Tom Waits Jesus Blood Never Fail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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