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나는 병 들어 담배도 한 대 피우지 못하는데 아직도 사랑과 욕정도 구분하지 못하는데 낡은 재봉틀 앞에 앉아 늙은 어머니 수의를 만드신다 전구를 넣어 구멍난 양말 꿰매시던 손으로 팬티에 고무줄 넣어 추스려주시던 손으로 이 병신 같은 자식아 지금까지 그런 걸 여자라고 데리고 살았나 힘없이 내 등줄기 후려치던 손으로 삵바느질하듯 어머니 수의를 만드신다 연 사흘 공연히 봄비는 내리는데 버들개지 흰눈처럼 봄바람에 날리는데 죽음이 없으면 부활도 없다는데 몇날 며칠째 정성들여 그날이 오면 아, 그날이 오면 입고 갈 옷 손수 만드신다 돋보기를 끼고도 바늘귀가 안 보여 몇번이나 병들어 누워 있는 나를 부른다 돈 없어 안안팎 명주로는 하지 못하고 굻은 삼베로 속곳부터 만들고 당목으로 안감 넣고 치마 저고리 만드신다 죽으면 썩을 것 좋은 거 하면 뭐하노 내 죽으면 장의사한테 비싸게 사지 마라 사람은 죽는 일이 더 큰 일이다 숨 끓어지면 그만인데 오래 살아 주책이다 처녀 때처럼 신나게 재봉틀을 돌리신다 봄은 오는데 먼 산에 아파트 창틈으로 고놈의 버들개지 봄눈처럼 또 오는데 나는 이혼하고 병들어 술 한 잔도 못 먹는데 죽음이 없으면 삶이 없구나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랑해야 하는구나 사랑이 희생인 줄 모르는구나 < 壽衣를 만드시는 어머니 > / 정호승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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