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늦은 밤 대문등 앞에서
담뱃불보다 흐릿하게
잠시 내면의 외로움을 살핀 다음
초인종에 손을 대는
그 사람

2
바다를 일으켜
벽으로 세운다면
물 속의 어류들 새떼되어 날으고
물 밑에 가라앉은
네 마음 내 마음은
풋미역내음 나는
해초 다발로나 드러날까

3
겨울 영혼은
눈 덮인 산야에도
전류를 흘려
대자연의 내장들을 맥동케 한다
지상의 죄와 슬픔은
어느 혈관을
흐르면 좋을는지

4
잊지는 말자
그러나 평화를 생각하자는
어느 칼럼니스트의
나직한 제안이
두 가지 뜻에서 나를 울린다

5
하느님은
힘을 밝히지 않으신다
우리 안에 바람 불으시되
숨어 계시며
다만 신의 확고한 의지는
늘 함께 계시는 일이다

6
어둠의 끝에 이르면
빛이 솟아난다 했는데
여기가 어둠이며 끝의 끝이니
빛이여 솟아나라
빛이여 불어나라

7
그가 있기에
내 영혼을 스스로 귀중히 여김
이런 일이
그에게도 일어나기를

8
망망대해에서
육지를 보아내는 시력과
안정도를 살핀 다음
닻을 내리는 슬기,
다시금의 출항,
이렇게 하여 대자연의 고독을
알아가는 일.
 

            < 근일단상 > / 김남조
   
                                                       
                                    ... 藝盤 *.*          
 
 
JON & VANGELIS - POLON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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