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켠 치솟는 굴뚝연기들이 사쿠라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이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사막을 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 옛사랑이 다만 흐릿하게라도 남아 있는 한 세상을 사는 존재의 이유를 되묻지 말아야 한다. 전동차 유리문 너머 오늘 또다시 수타국수처럼 수십 수백 가닥으로 흩어져 내리쳐질 한 사내의 누리끼리한 얼굴이 저리도 점잖게 미소짓고 있다. < 당산 철교 위에서 >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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