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어머니 빗소리가 좋아요
머리맡에서 검정 쌀을 씻으며 당신은 소리 없이 웃었고
그런데 참 어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잖아요

나는 두 번 잠에서 깨어났어요
창가의 제라늄이 붉은 땀을 뚝뚝 흘리는 여름 오후

안녕 파티에 올 거니 눈이 크구나 짧고 분명하게 종이인형처럼 말하는 여자친구 하나 갖고 싶은
계절이에요

언제부턴가 누렇게 변한 좌변기,에 앉아 열심히 삼십세를 생각하지만 개운하지 않아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저 제라늄 이파리 어쩌면 시간의 것이에요

사람들과 방금 했던 약속조차 까맣게 잊는 날들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놀이터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하나 둘 놀던 아이들이 지워지고
꿈속의 시계 피에로 들쥐들이
어느새 미끄럼들을 차지하는 사이......

거울 앞에 서서 어느 외로운 외야수를 생각해요
느리게 느리게 허밍을 하며. 오후 네 시,

바람은 꼭 텅 빈 짐승처럼 울고

살짝 배가 고파요


    < 이파리의 식사 >
                                          / 황병승


                                                               
                         ... 藝盤예반 *.*
 


The Moody Blues - "Tuesday Afternoon"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것이 사실일까' ♬  (0) 2023.12.07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  (0) 2023.11.30
'명중' ♬  (0) 2023.11.17
'그 많은 밥의 비유' ♬  (0) 2023.11.10
'콩나물국, 끓이기' ♬  (0) 2023.11.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