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iano Monteduro E Reale Accademia Di Musica (72)
01. Buon Giorno Nel Bosco (Il Canto Del Sole)
02. La Favola Del Guardiano Del Bosco
03. Mezzogiorno
04. Le Figlie Dell'erba
05. Viaggio Libero
06. Le Montagne Nel Tramonto
07. Preludio A
08. Una Canzona
09. Suoni Di Umanita'
http://www.siwan.co.kr/
ADRIANO MONTEDURO E REALE ACCADEMIA DI MUSICA가 만들어낸 숲속의 동화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하는 앞뒷면을 가득 채운 파스텔 톤의 아름답고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그림. 푸르다 못해 남색물이 든 하늘, 밝은 달 아래 우뚝 솟은 산들, 숲 속의 나뭇 가지 사이사이에 앉아 피리를 불며 낭만을 즐기는 난장이들.)
앨범의 해설지를 쓰기에 앞서 필자가 다짜고짜 앨범커버를 먼저 들먹이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하루 하루가 불안한 세상, 짜증나는 일도 많고, 답답한 일도 허다하지만, 적어도 이 앨범을 소개하는 이 마당에서는 짜증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신비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앨범커버를 바라보며 아름답고, 소중한 이야기들만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1972년 로마에서 출발한 Reale Accademia Di Musica는 Banco의 초창기 기타리스트 Nicola Agrimi와 Fholks의 멤버들이 함께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피아노를 담당한 Federico Troiani가 가사를 쓰고 Maurizio Vandelli가 제작한 데뷰앨범은 매우 뛰어난 로맨틱 록을 들려주고 있다. 앨범 발표 후 Ricordi에서 RCA로 옮긴 이들은 그룹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다양한 피아노 음색을 들려준 Federico Troiani, 보컬을 담당한 Enrique Topel(1집에는 Henryk Topel Cabanes로 표기되어있다.)과 퍼커션을 담당한 Roberto Senzasono, 그 밖에 Enzo De Luca 이렇게 4명의 핵심 멤버들이 기타리스트 Adriano Monteduro와 협력해서 사실상 Reale Accademia Di Musica의 2집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피아노와 멜로트론, 강렬한 기타 사운드 등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성격을 많이 띠고 있는 1집에 비해 이 앨범은 보다 팝적인 분위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사용과 Adriano Monteduro, Enzo De Luca와 Federico Troiani의 뛰어난 감성으로 여전히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1집이 피아노의 맑은 음색을 통해 아침 을 느끼게 해준다면, 2집격인 이 앨범은 쟈켓의 그림이 표현해주듯 어스름한 저녁, 달빛이 비추고 안개가 흐리게 낀 숲속의 상쾌한 정경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은 아름다운 가사와 어쿠스틱 기타, 허스키한 목소리, 부드러운 피아노의 음향이다.
Adriano Monteduro E Reale Accademia Di Musica
저음의 키보드 소리를 뚫고 나오는 Adriano Monteduro의 어쿠스틱 기타와 가라앉은 목소리가 뛰어난 화음을 이루며 우리들의 머리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첫번째 곡 (Buon Giorno Nel Bosco(숲속에서의 아침인사). 아침을 있게 한 태양 의 노래(Il Canto Del Sole)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곡은 신비의 숲속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멤버들의 코러스가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첫번째 곡의 강한 아르페지오 기타 연주를 뒤로하고 접속곡의 형태로 전개되는 두번째 곡 (La Favola Del Guardiano Del Bosco(숲속 관리인의 이야기))는 드럼과 피아노를 중심으로, 이태리가 아니면 표현해 낼 수 없는 고유한 정취가 듬뿍 담겨있는 웅장한 심포닉 록을 들려주고 있어 이 앨범에서 가장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1, 2번 곡을 합쳐서 하는 이야기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가 되어 한가한 풍경, 꽃들의 모습, 녹색 초원을 노래하는 음악. 나의 생각은 아름다운 기억들로 앞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세번째 곡 (Mezzogiorno(정오))는 몇년전 일본에서 나온 CD의 해설지를 그대로 참고해서 남쪽나라 로 오역되어 소개된 곡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Giorno 라는 단어가 ‘땅’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기에 앞에 붙은 Mezzo 라는 단어가 남쪽을 의미하나보다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태리가 유럽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일본인들의 지나친 의역이었다. Adriano Monteduro의 투명한 기타음색과 Topel과 Luca를 중심으로 한 멤버들의 읖조림이 매우 인상적인 곡으로 간결하면서도 팝적인 곡이다. 한 두번만 들어도 흥얼거리며 따라부를 수 있다.
이어지는 곡은 (Le Figlie Dell‘erba(풀의 딸들)).열매들이 열리고, 풍작을 축하하는 잔치와 춤이 시작되려고 한다. 일찌감치 음악소리도 들려오고, 풍성함이 가득하다. 숲속의 흥겨움과 상쾌함이 표현되어있는 이 곡은 Reale Accademia Di Musica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있는 Federic Troiani의 피아노가 Franco Coletta의 일렉트릭 기타를 기반으로 하드한 곡 분위기와 어울려 그룹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애련함과 비장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기타연주가 정겨움을 더해주는 곡 (Viaggio Libero(자유로운 여행))이 우리를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어린시절 뛰어놀던 기억이, 영원한 숲속의 흔적이 어디서부터인지 쳐다보지 마세요. 많은 날들이 지나가고 더 이상 알 수는 없을꺼야.” 부드러운 건반 터치와 사라질듯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는 뛰어난 곡이다. “나의 눈에 비친 아이의 모습. 멀리서 손으로 인사를 나누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할 준비를 한다.
역시 접속곡으로 되어있는 (Le Montagne Nel Tramonto(황혼이 지는 산에서))가 잔잔한 피아노와 가벼우면서도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기타소리와 함께 해질녘을 가리키고 있다. 이쯤에 와서 우리는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앨범은 표면적으로는 숲속에서의 하루를 그려내고 있지만 그 하루는 다름아닌 우리들의 인생 이다. “이제 우리는 그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황혼이 지는 산에서 산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산에서 휴식을 얻는다고 누군가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지.” 중반부의 읊조림이 전곡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짜임새있는 곡으로 모든 파트의 악기들이 골고루 동원되어 격정적인 모습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앨범 안쪽에서 작업하고 있는 멤버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연주할 것 같다. Adriano Monteduro의 어쿠스틱 기타와 겹겹이 등장하는 코러스 파트가 반복되는 퓨전재즈풍의 연주곡 (Preludio A…(전주곡 A…))가 흐르고 나면, Reale Accademia Di Musica의 소박하면서도 진지한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는 (Una Canzona(노래))가 고요히 흐른다. “정열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노래가 다시 시작되면, 꽃도 피어나고, 비도 내릴 수 있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야할 세계를 생각한다.” 음악적으로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차분한 곡이다.
이제 숲속에서의 하루를 소재로한 이야기를 끝낼 시간이다. (Suoni Di Umanita’(인류의 소리))가 숲속에서 겪었던 신비한 경험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연의 고마움과 생명의 귀중함이었다. 도시가 등장하지 않았던 환상의 세계. 평등한 세상의 환상의 세계… 숲속에 그 비밀이 있다. 아련히 사라지는 피아노 소리가 숲속에서의 하루가 지난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아침 일찍 숲속에 가보셨습니까 ? 숲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인생은 시작되었고 인생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주위사람들로부터 전해들었죠. 정오가 되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 온 세상을 밝게 비출때 우리는 인생의 전성기를 맞아 열심히 일하고, 온갖 즐거움과 안타까움을 겪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죠. 가끔가다가 어린시절도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황혼기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하루를 정리해야하는 황혼이 지는 해질녘. 이미 지나버린 세월을 되돌아보며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인생이란 다 그런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노래뿐입니다. 혼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열정을 갖고 여럿이서 함께 부르는 노래말입니다.」
Enzo De Luca의 철학적 가사와 Adriano Monteduro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이태리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정서와 결합해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 그들은 자칫 가볍게 다루어질 수 있는 일상생활(숲속에서의 하루)로부터 진지하게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으며, 그것을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격정적으로 노래해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훌륭한 음반을 만들어낸 것이다.
글/맹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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